멀지 않은 곳에 계족산이라는 산이 있다.
이 산에는 모 소주 회사 회장님이 만든
엄~~청나게 긴 황톳길이 있다.
황톳길은 기본적으로 맨발로 다녀야 하기 때문에
소문들은 전국 각지의 사람들이
겨울 빼고 모든 계절에 인산인해를 이룬다.

나는 별로 이런 말랑말랑한 산길을
맨발로 오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여태껏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
단지 여자친구가 이 황톳길을 너무너무 좋아하고
수없이 가자고 권유한 끝에
올해 6월에 몸이 안좋아지고 나서야
계족산 황톳길을 찾게 되었다.
처음에는 말랑거리는 길에 대한 거부감도 문제였지만
생각보다 가파른 산행길도 문제가 되었다.
15분도 안 되어서 헉헉거리는 나 자신을 보니
참 안쓰럽기 짝이 없었다.
그래서일까. 여자친구와 나는 꾸준히 이 산을 찾았고
점점 갈 수 있는 거리를 늘려 나갔다.
계족산 황톳길은 크게 네 구간으로 (내맘대로) 나눈다.
첫번째는 입구부터 화장실까지의 도입부,
두번째는 경사가 급하지만 짧은 콘서트장까지의 구간,
세번째는 조금 완만한 갈림길까지의 구간
네번째는 순환 구간이다.
순환 구간도 초반에 도전할 수 있는 구간은
가장 첫 정자가 나오는 곳 까지인데
여기까지가 입구로부터 약 1.6키로정도 된다.

숱하게 많은 도전 끝에 거리를 늘려가서
이제는 두번째 경사 구간도 가뿐하게 오르고
순환구간의 첫 정자까지도 별 어려움없이 도착한다.
지금의 내 페이스로는
입구에서 콘서트장까지는 30분,
입구에서 첫 정자까지는 대략 1시간반에서 2시간정도
소요된다.
다만, 내가 평발이라 너무 무리해서 맨발로 걷지 않고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신발을 신고 산길을 오르기도 한다.

지금의 계족산은 단풍으로 아름답다.
매번 헥헥대며 오르긴 하지만
목적지에 도착해 사과를 하나 베어물면
이만한 행복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했던가.
여기에 흘린 땀방울만큼 건강도 되찾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