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말.
나의 식단은 진화를 거듭해 위의 사진처럼 되었다.
야채 듬뿍, 양파, 닭가슴살, 잡곡밥, 호두, 콩물, 발사믹.
이 사진을 찍어서 친구들을 공유해 줬더니
대번에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너 술도 안 먹고 커피도 안 마시고 밀가루도 안 먹고
그렇게 먹으면 대체 무슨 낙으로 사냐?"
"너 무슨 스님 될라고 그러냐?"
입장 바꿔 생각해 봐도 그런 생각이 들 것 같긴 하다.
죽을병에 걸린 것도 아니고, 단지 결심 한 번에
이렇게 극단적으로 식단을 바꾸다니.
그런 와중에 놀랍게도
나는 이 식단이 '맛있어서' 먹는 것이었다.
내가 직접 기른 상추더미에
시큼한 발사믹 드레싱을 더해 먹을 때
입에서 불꽃놀이가 일어나는 것 같았다.
조금 심심하면 닭가슴살 한 입 물어주고.
조금 심심하면 양파 한 조각 물어주고.
그리고 저 식단은 아침 식단이다.
저녁 식단은 일반식처럼 차려 먹었다.
그래도 면나발을 불던 사람이 어떻게 면을 딱 끊을 수 있었냐고 하면
대체재를 엄청 찾았었다.
그렇게 찾은 대체재가
현미 소면, 쌀 소면, 두부면, 두유면, 꼬시래기였다.
두유면을 사서 먹어봤는데
별도의 가열도 필요 없고 냉장고에서 꺼내 바로 먹을 수 있는 간편함이 좋았다.
맛은 두부보다는 밍밍한 맛이었지만
채소와 냉면육수랑 먹으면 그런대로 먹을만했다.
면의 질감은 약간 뻣뻣했는데 그래서 샐러드랑 궁합이 맞는 것 같았다.
낙이 별거 있나.
매일매일 똑같은 삶을 지루하게 이어가는 것보다
하루하루 새로운 도전을 하며 개선해 가는 것이
낙이지.